도시에서도 별이 보입니다, 광공해 등급으로 가르는 보이는 별과 안 보이는 별

서울 한복판에서도 보이는 별이 분명히 있어요. 광공해 9단계 기준으로 어디서 어떤 별까지 보이는지, 베란다에서도 가능한 관측 셋업을 함께 정리했어요.

아파트 13층 베란다에서 처음으로 별 세 개를 또렷이 본 밤이 있었어요. 7월 말이었고, 옆 동의 외벽 조명이 평소보다 일찍 꺼진 날이었습니다. 평소엔 새까만 줄 알았던 하늘인데, 그날 우연히 고개를 든 순간 머리 위로 베가, 알타이르, 데네브가 큰 삼각형으로 떠 있었습니다. 그동안 본인이 “도시엔 별이 없다”고 단정 짓고 살아왔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도시 하늘에는 별이 없는 게 아니라, 보이는 별이 다른 것뿐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보시면 본인이 사는 지역의 광공해 수준에서 어떤 별까지 볼 수 있는지, 그리고 멀리 안 나가도 베란다·옥상·동네 공원에서 시작할 수 있는 도시형 관측법까지 감이 잡히실 거예요.


광공해는 9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천문학자들은 밤하늘 어두움을 보르틀 스케일이라는 9단계 기준으로 나눕니다. 1단계가 사막이나 외딴 섬처럼 인공 빛이 거의 없는 칠흑 같은 하늘이고, 9단계가 도심 한복판 번화가입니다. 한국의 일반적인 광역시 주거지는 보통 7~8단계, 외곽 신도시가 6단계, 시골 마을이 4~5단계, 깊은 산속 임도가 3단계 정도예요.

이 수치를 한 번만 알아두면, “오늘 우리 동네에서 보일 별”의 범위를 짐작할 수 있어요. 무작정 “별이 안 보인다”가 아니라, “이 등급에서는 여기까지가 한계다”로 바뀌는 거예요.

여기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죠. 그럼 본인이 사는 지역에서는 정확히 어떤 별까지 볼 수 있을까요.

등급별로 보이는 별을 줄 세워봤어요

이 글에서 가장 들고 가셨으면 하는 자산이에요. 보르틀 등급에 따라 보이는 별과 천체의 한계를 정리했습니다.


9단계 도심 번화가 / 1등성과 행성 일부 / 시리우스, 베가, 알타이르, 데네브, 목성, 금성

8단계 일반 주거지 / 1등성 대부분과 밝은 별자리 윤곽 / 오리온 허리 세 별, 북두칠성 일부

7단계 도시 외곽 / 2등성까지, 별자리 형태 알아볼 만함 / 큰곰자리 전체, 카시오페이아 W

6단계 외곽 신도시 / 3등성까지, 별자리 30개 이상 / 페르세우스, 안드로메다 일부

5단계 한적한 시골 / 4등성까지, 은하수 흔적 / 옅은 은하수 띠가 어렴풋이 보임

4단계 산간 마을 / 5등성까지, 은하수 또렷 / 여름 은하수의 짙은 부분

3단계 깊은 산속 임도 / 6등성, 별이 너무 많아 별자리 헷갈림 / 안드로메다 은하 맨눈

2단계 외딴 고원 / 6.5등성, 황도광 / 거의 사막 수준

1단계 극지·사막 / 7등성, 천연색 밤하늘 / 한국엔 사실상 없음

본인 동네가 어디쯤인지 모를 땐 “라이트 폴루션 맵”이라는 사이트를 검색해서 본인 위치를 클릭해보시면 됩니다. 색깔로 등급이 표시돼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한 줄.

8~9단계 도시에서도 1등성과 별자리 입문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굳이 멀리 안 나가도 시작할 수 있는 이유

여기서 한 번 멈춰 생각해볼 부분이 있어요. 별 관측을 시작하려면 무조건 산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입문을 가장 크게 막아요. 사실 도시에서도 1등성 21개 중 절반 가까이가 계절에 따라 머리 위로 지나갑니다.

별자리 입문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어두운 하늘”이 아니라 “익숙해진 눈”이에요. 어두운 산에 한 번 가는 것보다, 본인 베란다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같은 별을 반복해서 보는 게 별자리 학습에는 훨씬 빠릅니다.

저도 처음엔 무리해서 강원도까지 갔다가, 너무 많은 별 때문에 오히려 어떤 게 어떤 별자리인지 못 찾고 돌아온 적이 있어요. 그 후로는 일부러 도시 베란다에서 시작했고, 1등성 다섯 개를 외운 다음에야 다시 산으로 갔습니다.

도시는 별을 가리는 장소가 아니라, 별자리 입문에 필요한 “단순한 하늘”을 만들어주는 장소이기도 해요.


베란다에서 별 보기를 시작하는 3단계 셋업

이론을 그대로 실행으로 옮기는 순서예요. 큰돈 들이지 않고 바로 따라 하실 수 있어요.

1단계. 베란다 조명을 모두 끄고, 거실 조명도 끈다. 본인 시야에 직접 들어오는 인공 빛부터 차단합니다.

2단계. 휴대폰 화면을 빨간색 야간 모드로 바꾼다. 흰빛 화면을 한 번 보면 어둠 적응이 30초 만에 풀려요.

3단계. 베란다에 의자를 두고 최소 15분은 가만히 하늘만 본다. 처음 5분은 거의 안 보이다가, 10분쯤부터 별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 세 단계만 지켜도 같은 베란다에서 평소보다 두세 배 많은 별이 보입니다. 장비를 사기 전에 먼저 본인의 눈을 어둠에 적응시키는 단계예요.


광공해 안에서도 살아남는 별과 그렇지 않은 천체

도시 하늘이 모든 천체를 똑같이 가리는 건 아니에요. 광공해에 강한 천체와 약한 천체가 분명히 갈립니다.

밝은 별, 행성, 보름달 근처의 달 자체는 광공해 9단계에서도 거의 손상 없이 보여요. 반대로 은하, 성운, 어두운 별자리, 은하수는 광공해 6단계만 넘어가도 점점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작년 가을에 같은 안드로메다 은하를 두 번 찾아봤어요. 한 번은 서울 외곽 옥상에서, 한 번은 강원도 산속에서. 서울에선 쌍안경으로도 희미한 얼룩 한 점이었는데, 강원도에선 맨눈으로도 작은 빛 덩어리가 보였습니다. 같은 천체인데 두 장소에서 보이는 차이가 충격적이었어요.

도시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그 천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본인의 위치가 그 천체와 어울리지 않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본인이 무엇을 보고 싶은지에 따라 장소 선택이 달라져야 해요. 별자리 학습이라면 도시 베란다로 충분하고, 은하수와 성운을 보고 싶다면 보르틀 4단계 이하로 한 번은 나가야 합니다.


쌍안경 한 대로 도시 하늘이 두 배 넓어집니다

도시 관측에 한 가지 더 추천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망원경보다 작은 쌍안경 한 대입니다.

7배율 쌍안경 하나만 있어도 도시에서 안 보이던 별 수백 개가 새로 들어와요. 베란다에서 오리온자리를 쌍안경으로 들여다보면, 가운데 세 별 아래로 오리온 성운의 흐릿한 얼룩까지 어렴풋이 보입니다. 광공해 8단계 안에서도요.

쌍안경의 장점은 휴대성이에요. 망원경처럼 삼각대를 펴고 균형을 맞추는 시간이 없습니다. 베란다에 두고 생각날 때 들어 올려서 5분만 보면 되니까, 자연스럽게 별 보는 빈도가 늘어나요.

도시 관측은 장비의 크기보다 들고 나가는 빈도가 결과를 만듭니다.

본인의 한계 등급을 알면 별 보기가 즐거워집니다


처음에 별 관측을 시작했을 때는 “더 어두운 곳, 더 좋은 장비”에만 욕심을 냈어요. 그러다 보니 별 보러 가는 일이 점점 무거워졌고, 한동안은 아예 안 나가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본인 베란다에서 1등성 다섯 개를 정확히 짚어내는 데 성공한 밤이 있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본인 동네의 한계 등급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 안에서 가능한 만큼만 즐기게 돼요.


오늘 밤, 본인 베란다나 동네 공원에서 1등성 한두 개만 찾아보세요. 그 첫 한 개가 가장 어렵고, 그다음부터는 하늘이 조금씩 넓어집니다. 멀리 가는 건 그다음이에요.

도시는 별 관측의 출발선이지, 종착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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